친절한효자손 기록장

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과는 완전 딴판으로 완전 젖비린내 나는 녀석이었습니다. 볼살도 아직 살짝 남아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완전 어린이 티가 팍팍 나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죠.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그날 택시를 탔습니다. 대전역에서 집까지 가는 목적으로 탔는데 왜 택시를 탔을까요? 그냥 버스를 타면 되는거였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탔어요. 이것만큼은 확실히 기억납니다. 그래서 트라우마가 생긴거니까요. 대단히 짧은 코스입니다. 대전역에서 집 근처까지 택시타고 신호가 막히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진심 뻥 안치고 1분 정도면 가는 거리였어요. 시간대는 저녁 늦게였던 것 같습니다. 어두웠어요. 완전 한밤은 아니었구요. 아무튼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분명 대전역에서 택시를 타고 집 근처까지 갔습니다.

 

"XX까지 가주세요!"

 

씩씩하게 대답! 그리고 택시 기사는 대답이 없이 목적지까지 출발합니다. 그리고 집 근처까지 당연히 금방 도착합니다. 도착하고 현금을 건네는 그 순간, 택시기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 X발 기본요금 손님.... 아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출처 : 픽사베이

들으라고... 이거 나 들으라고... 혼자말 하는 척 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대며 저에게 잔돈을 돌려줍니다. 저는 너무 무서웠고 아무 말 없이 그냥 활짝 웃으면서 내렸습니다. 왜 웃었는지 모르겠어요. 약간 죄송하다는 표현을 그 택시 기사에게 하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웃었을거에요. 반사적으로요. '아 웃어야겠다' 하고 웃은게 아니에요. 내리고나서 한참을 제자리에서 서 있었습니다. 멍~ 했고 가슴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습니다. 정신이 없었지요. 시간이 좀 지나고나서야 집을 들어갈 수 있었고 이 일은 지금도 가족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저는 택시를 잘 못타게 되었습니다. 정말 급한거 아니면 타는데, 꼭 택시 탈 때마다 이 일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타더라도 기본 요금이 훨씬 초과되는 코스일 경우일 경우만 이용합니다. 그래야 택시 기사가 화를 내지 않을테니까요. 기본 요금이 나오는 거리는 왠만하면 그냥 걸어갑니다. 지금 제 피지컬은 180cm에 86kg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들이 자기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겠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이 트라우마는 아마 죽을때까지는 100% 완벽히 고치지 못 할 것 같아요.

 

저의 이런 트라우마는 잘못된 택시 기사를 만나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모든 택시기사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합니다. 이건 제 잘못인가요? 아닙니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모든 택시기사님들이 당연히 나쁜 사람은 아닐겁니다. 그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이미 머릿속에 틀어박힌 그 트라우마는 극복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안그래야지 의식해도 뜻대로 되지 않아요.

 

그럼 이 사례도 이해 할 수 있을겁니다. 오늘날의 수 많은 여성들이 잘못된 한국 남자를 만나서 대부분의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게 여성분들의 잘못인가요? 당연히 아닐겁니다. 근데 왜 대부분 남자들은 "나는 그런 남자가 아니야!" "나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 하지 마!" 라고만 말을 하고 화만 낼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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